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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The art of planning
books, glasses, and a season
interview with
Ahran Cho


Photo by : MIJI AN
Interview by : Jiyoon Yun

민음사의 마케팅을 이끄는 조아란 부장은, 출판이라는 전통적인 산업 안에서 고객과 새로운 연결 방식을 꾸준히 고민해 왔습니다.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의 메인 진행자로도 잘 알려진 그녀는, 이번 여름, 아이웨어 브랜드 윤과의 협업을 통해 또 한 번 신선한 방식으로 독자와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민음사가 윤과 함께 이 여름을 기획하게 된 배경, 조아란 부장의 여름나기 계획, 그리고 무엇보다 책과 사람, 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케터로서 그녀의 시선과 생각을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Part 01.
조아란 부장님 & 민음사

Q1. 우선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민음사에서 16년차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조아란입니다.

 

Q2.조아란 부장님 하면 <민음사TV>를 빼놓을 수 없죠. 저는 이 채널을 계기로 오랫동안 미뤄뒀던 고전문학에 빠지게 됐어요. <민음사TV>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연스러움과 재미 아닐까 싶어요. 민음사TV는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채널이지만 작가나 책 중심이 아니라, 책을 만들고 파는 직원들이 직접 출연해 이야기하는 채널이거든요.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영업자 등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동료들이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그 사람만의 책 사랑과 고민,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요.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한, 개성 있는 동료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대로 담아낸 것이 민음사TV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 가벼움 속에서도 진지하게 일을 대하는 태도나 책을 만드는 마음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보여지는 것 또한 매력이고요.

왜 사람이 좋아지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도 궁금해지고 닮고 싶어지잖아요. 민음사TV는 바로 그런 점에서 특별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는 방식 그대로, 꾸밈없이 이야기하는 공간이니까요. 그 진심이 시청자들에게도 닿아서, ‘나도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을 만드는 게 아닐까 해요.

 

Q3.지금과 같은 포맷이 자리 잡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아요. 초창기 다큐멘터리 형식의 콘텐츠부터 최근의 인기 코너까지, <민음사TV>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혹시 조용히사라진 흑역사(?) 코너도 있나요?

저 혼자 하는 채널이었다면 흑역사라고 부를만 한 영상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민음사TV는 제가 혼자 만드는 채널이 아니라 모두 함께 만드는 채널이라 그런 기억은 딱히 없어요. 물론 기대보다 조회수가 안 나와서 아쉬운 영상들도 있고, 출연자들이 전문 방송인이 아니다 보니 실수하거나 긴장할 때도 있죠. 그럴 때마다 피디님들이 어떻게든 살려주시는 덕분에 그런 좌충우돌 조차도 민음사TV만의 개성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런 믿음이 있으니 민음사의 더 다양한 구성원 들이 안심하고 카메라 앞에 설 수 있고, 그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시청자분들에게도 진심 으로 전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영상에 ‘흑역 사’는 없지만, 오히려 ‘흑역사’를 주제로 성공한 콘텐츠는 있어요. 바로 ‘부장실수배틀’ 에피소드 인데요. 지금은 모두 차장, 부장으로 성장해서 팀을 이끄는 동료들이지만, 한때는 정말 실수도 많고,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았죠. 그런 흑역사들을 구독자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며 웃고 떠드 는 시간이었어요.
워낙 재미있는 사연이 많아서 구독자분들도 “힘들 때마다 다시 본다”, “볼 때마다 웃기다”는 댓글을 남겨주실 만큼 큰 사랑을 받은 콘텐츠예요.
실수 배틀 영상이 신입들을 위한 그 어떤 조언들 보다도 더 큰 위로가 된다는 구독자 선생님들의 반응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저의 신입 시절을 돌아보게 됐는데요. 그 시절의 저를 견뎌준 선배들, 그리고 지금의 저 같은 후배가 아닌 후배들, 모두에게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출처: 민음사TV 유튜브 〈소설속 최악의 애인 월드컵 16강 〉

Q4. 개인적으로 〈세계문학전집 월드컵〉의 유쾌한 구성에 푹 빠졌는데요, ‘소설 속 최악의 애인’ 처럼 예상 밖의 질문으로 고전을 소개하는 포맷이 신선했어요. 이 코너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요?

해당 코너 역시 매력은 결국 ‘사람’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동갑내기 짝꿍 혜진 편집자와 민경 편집자는 실제로도 세계문학전집팀에서 함께 일하는 듀오인데요. 드라마 퀸이자 명언 제조기 인 혜진 편집자와 민음사 최고 광대 민경 편집자의 티키타카가 이 코너의 매력이죠. 세계문학전집 월드컵은 사실 ‘알려드림’이라는 전신 코너에서 출발했어요. 그때는 혜진 편집자가 혼자 작품을 소개하는 형식이었는데, 출연자 에게 부담이 크기도 했고, 좀 더 자연스럽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두 편 집자가 함께 등장해 대결하는 형식으로 작품을 소개하는 포맷을 시도하게 됐죠. 게다가 두 편집 자의 작품 취향이나 감상 방식 등이 다른 편이라, 같은 세계문학이라도 접근 방식이나 해석이 다르거든요. 이런 지점들이 시청자들에게 더 다양한 시선과 큐레이션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소설 속 최악의 애인’처럼 예상 밖의 주제로 고전을 바라보는 시도는, 고전을 어렵고 딱딱하게 느끼는 분들도 가볍고 유쾌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어요.


Q5. 최근에는(세문전 독서모임〉이라는 코너로 확장된 것 같아요. 월드컵 코너와는 또 다른 깊이와 매력이 있던데요, 정기적으로 새로운 코너를 기획하시는 편인가요? 혹시 조만간 공개될 예정인 새로운 시리즈가있을까요?

네, 세계문학전집 월드컵 포맷으로 3년 넘게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저희도 조금은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고,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은 두 편집자가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다가 세문전 독서모임이라는 코너가 탄생하게 됐어요.
이 코너에서는 한 작품을 좀 더 깊이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매화 초대 손님들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다층적인 감상을 나눌 수 있다는 매력도 있어요. 그리고 사실 혜진 편집자와 민경 편집자의 대화는 편집 없이도 유익하고 재미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흐름을 최대한 유실 없이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습니다.
또 요즘은 길이가 긴 오디오 콘텐츠나 영상 콘텐츠를 선호하는 독자들도 많잖아요. 그런 영상 트렌드도 반영해서 기획한 코너이기도 해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새로운 포맷을 실험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있어요. 그래서 특히나 올해 상반기에는 새롭게 선보이는 콘텐츠들이 많았는데요, 그중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게스트 의 책장을 구경하는 〈책장 구경〉 시리즈는 이제 정규 콘텐츠로 자리잡게 됐고, 본격 팟캐스트로 돌아온 〈말줄임표도〉 역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어요.
각기 다른 결로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콘텐츠들이라, 서로 다른 재미와 깊이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도 더 다양한 시도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Q6. 〈민음사TV〉를 보다가 민음북클럽과 민음 커뮤니티에도 관심이 생겨 올해 회원이 되었어요. 단순한 혜택을 넘어 ‘찐책러’들의 놀이터 같더라고요. 이 커뮤니티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민음북클럽은 올해로 벌써 15년째를 맞이했어요. 초창기부터 늘 마음 한켠에 “회원들끼리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 각이 있었죠.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자칫하면 CS 중심의 공간으로 흐를 수 있겠다는 우려도 있어서 시도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3년 전, 민음북클럽의 회원 수도 눈에 띄게 늘고, 무엇보다 민음사TV를 통해 민음사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해볼 만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안전하고 즐겁게 책 이야기, 때론 사는 이야기도 함께 나 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고, 그 렇게 지금의 민음 커뮤니티가 탄생하게 된 거죠.
단순한 혜택을 넘어, 같은 언어를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는 느낌, 그게 바로 민음북클럽이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 말씀을 들으면 정말 뿌듯하고, 더 잘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Q7. 〈커뮤니티 관리도 꽤 복잡할 것 같아요. 매달 글짓기 이벤트부터 실제 독서모임까지, 민음사 내부에 이 커뮤니티만을 전담하는 팀이 따로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전담하는 팀이 따로 있지는 않고, 마케팅팀에서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그래도 담당자는 있는데, 다은 씨가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이벤 트를 기획하고, 북샵과의 연계를 통해 재미있는 큐레이션도 선보이면서 커뮤니티를 정말 잘 이끌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민음커뮤니티는 민음사TV를 통해 이미 친숙해진 편집자나 마케터들이 직접 독자들과 함께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기도 해요. 다른 SNS 채널에서는 공개하지 못하는 이벤트의 뒷이야기나 민음사 내부의 소소한 소식들 을 가장 먼저 공유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포인트는 저희가 다 전하지 못하는 다양한 민음사 혹은 출판계 소식들을 독자들이 먼저 서로 공유한다는 건데요. 솔직히 저희보다 빠르게 더 많이 정확하게 알고계시는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저희가 운영에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진정한 의미의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해요.

 

 

Q8. 〈민음사TV〉와 민음 커뮤니티를 보며 느낀 점 중 하나는, 다양한 일을 해내는 민음사 직원 들의 태도예요. 업무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방면으로 일하게 되는 시대에, 민음사만의 조직 문화나 협업 방식은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확실히 민음사 편집부나 마케팅팀 모두 새로운 시도에 열려 있는 분위기예요. 민음사TV를 비롯 해 문학잡지 『릿터』, 인문잡지 『한편』처럼 기존의 틀을 넘는 기획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 에서도 그런 태도를 느낄 수 있고요. 그래서인지 외부에서 만나는 분들은 ‘그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렸는지’보다, ‘그걸 내부에서 어떻게 설득했는지’를 더 궁금해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은 업무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시대지만, 민음사 안에서는 ‘모든 걸 다 잘해야 한다’라는 압박보다는, 각자의 전문성과 개성을 존중하면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는 분위기가 더 강해요. 개인의 의지와 관심에 따라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더라도 과하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과정 자체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문 화가 자리 잡고 있죠. 위험은 줄이고 가능성은 열어두는 태도 — 그 점이 민음사라는 조직을 특 별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Part 02.
출판 마케터의 일과 감각 

Q9. 출판 마케터의 일과는 어떤가요?

오전에는 전날 확인하지 못한 메일을 살펴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요. 그리고 전날 들어온 도서 주문 내역 중 특이 사항이 없는지도 확인하죠.
그 외의 시간은 대부분 미팅과 기획 회의로 채워져요. 마케팅팀과 편집부의 인력 비율이 대략 1:5 정도라서, 여러 팀과 함께 회의하는 일이 하루 업무의 3분의 1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다행인 건 회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유쾌한 편이라는 거예요. 새로운 책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즐겁고, 편집자들과의 대화도 딱딱한 보고보다는 이야기 나누는 느낌에 가까워요.
그리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출연하게 되면서는 주 2회 이상 촬영이나 영상 관련 기획 회의가 생겼어요. 최근에는 광고나 제휴 관련 문의가 늘면서, 그와 관련된 논의에도 꽤 많은 시간을 쓰고 있어요.

 

Q10. 마케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업무 방식이나 루틴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확실히 민음사 편집부나 마케팅팀 모두 새로운 시도에 열려 있는 분위기예요. 민음사TV를 비롯 해 문학잡지 『릿터』, 인문잡지 『한편』처럼 기존의 틀을 넘는 기획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 에서도 그런 태도를 느낄 수 있고요.
그래서인지 외부에서 만나는 분들은 ‘그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렸는지’보다, ‘그걸 내부에서 어떻게 설득했는지’를 더 궁금해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은 업무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시대지만, 민음사 안에서는 ‘모든 걸 다 잘해야 한다’라는 압박보다는, 각자의 전문성과 개성을 존중하면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는 분위 기가 더 강해요. 개인의 의지와 관심에 따라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더라도 과하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과정 자체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문 화가 자리 잡고 있죠. 위험은 줄이고 가능성은 열어두는 태도 — 그 점이 민음사라는 조직을 특별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11. 민음사에서 마케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 각하는 기준이나 원칙이 있다면요? 좋은 책을 ‘잘’ 전달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원칙이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제가 마케팅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분명 있어요. 책 한 권 한 권은 너무나도 독특하고, 각각이 하나의 깊은 세계이기 때문에 그 매력을 포착해 소개 하는 일은 마케터에게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일이죠.
하지만 수많은 책을 동시에 다루는 입장에서는, ‘책’이라는 상품을 다루는 감각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책이 어떻게 베스트셀러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한 권 한 권의 성과에만 매달리다 보면 지치기 쉽고, 시야가 좁아질 수 있어요.
그럴 때 ‘우리는 책이라는 상품을 다루는 사람’ 이라는 생각을 하면, 머리가 환기되고 감각이 리프레시되는 느낌이 들어요.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책과 마케팅을 바라볼 수 있게 되죠.
그래서 민음사는 외부 브랜드와 협업을 하더라도 우리가 지금 팔아야 하는 책을 어떻게든 어필 하기보다는, 협업하는 브랜드의 맥락과 잘 어울리는 책을 제안하는 방식을 더 선호해요. 이런 접근이야말로 민음사 마케팅이 지향하는 브랜딩의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 합니다.

Q12. 마케터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 었을 것 같으세요? 지금의 일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사실 ‘마케터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했을 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저는 어떤 선택지를 두고 오래 곱씹거나 비교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다만 무슨 일을 하든 적당히 재미있게, 즐기면서 일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걸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 편이라서요. 많은 분들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시는데, 저는 오히려 주어진 일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할 수 있 을까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물론 지금 돌이켜보면, 지금의 회사와 동료들을 만난 덕분에 제가 더 좋은 마케터가 될 수 있었다고 느껴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회사가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는 문화가 저와 잘 맞았거든요.
처음 이 일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아주 ‘계획적’ 이라기보다는 우연의 연속이었어요.
마침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출판사에 관심이 생겼고, 마침 이름이 먼저 떠오른 곳이 세계문학 전집으로 잘 알려진 민음사였어요. 운 좋게도 그 때 홈페이지에 영업·마케팅 부서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었고요.
사실 별다른 준비 없이 지원했던 거라 실력으로 뽑혔다고 하긴 좀 민망하지만, 기세는 있었어요.
지원하고 한참 연락이 없길래 직접 전화를 걸어서 면접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결국 운이 좋았던 거죠. 당시 채용 공고 담당자셨던 지금의 이사님이 그런 ‘기세 있는 사람’을 좋아하셨던 분이었어요. 다른 분이었으면 오히려 마이너스였을지도 몰라요.

 

Q13. 후배 마케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 다면요? 특히 변화가 빠르고 예측 불가능한 요즘 시대의 마케터들에게요.

후배 마케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역할이나 업무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 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마케터는 시장과 환경이 바뀔 때마다 얼마나 유연하게, 다양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마케터는 이래야 한다’는 정답을 찾느라 애쓰지 않았으면 해요. 마케팅은 대부분 팀으로 일하고, 팀에는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데요,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이 팀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그 지점을 고민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실용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스스로 트렌드에 민감하고 유행을 즐기는 편이라면 그때그때 달라지는 자기 자신의 관심사와 욕망을 잘 관찰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반대로 트렌드에 민감한 편이 아니라면, 평소 감각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관심사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외부의 흐름을 참고하되, 자신의 관심사와 감각을 예민하게 들여다보는 습관이에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결국은 다른 사람들의 ‘좋아함’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믿거든요.

Part 03. YUN과 민음사의 협업에 대하여

Q14. 출판사와 아이웨어 브랜드의 협업이라는 제안, 처음 들으셨을 때 어 떤 느낌이었나요? 처음엔 낯설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어떻게 참여를 결심하게 되셨나요?

처음 제안을 들었을 때 확실히 조금 낯설긴 했지만, 책과 안경은 생각보다 가까운 지점이 많아서 흥미가 생겼어요. 실제로 해외의 대형 서점들에 가보면 안경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는 경우도 많 고, ‘독서안경’ 이라는 아이템 자체도 흥미롭게 느껴졌고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바로 1~2개월 뒤 론칭을 앞두고 급하게 연락주신 게 아니라 그 보다 훨씬 앞선 시점, 거의 다다음 시즌을 염두에 두고 제안해주셨다는 점이에요.
대부분의 브랜드 콜라보가 촉박하게 준비되다 보면 늘 ‘조금 더 시간을 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이번 협업은 그런 점에서 저희도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들어 기꺼이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YUN의 안경들이 트렌디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어요. 그 균형감이 민음사 독자들과 잘 어 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기능적인 도구 를 넘어, 책을 읽는 사람의 일상과 감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죠.

 

Q15. 이번 협업 제품들 중에서 특히 애정이 가는 아이템이 있다면요? 직접 써보셨거나,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역시 가장 애정이 가는 아이템은 안경이에요. 트렌디한 디자인은 물론이고, 실제로 써보니 무게가 굉장히 가볍다는게 가장 좋았어요. 말하자면 유행과 실용을 모두 잡은 안경이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시원한 그린 컬러(Old page green)의 안경을 선택했는데, 여기에 변색 렌즈 옵션을 더하면 한여름에도 선글라스처럼 활용할 수 있어서 완벽한 여름 안경이 될 것 같아요.
스타일도 살리고 기능도 갖춘, 데일리 아이템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Q16. 조아란 부장님이 생각하시는 ‘완벽한 여름 독서’는 어떤 모습인가요? 혹시 기억에 남는 개인적인 여름 독서 경험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경험은 몇 해 전 부산 광안리에서 패들보드 위에서 책을 읽었던 순간이 에요. 그때 읽었던 책은 워터프루프북이었는데, 바다 위에서 책을 읽고, 독자들과 간단히 소감도 나누는 이벤트였죠. 기획자로서 여름 독서를 떠올리며 만든 책이었지만, 정작 그렇게 본격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독서의 순간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조금 멀미가 나긴 했지만, 그날의 바람과 물결, 그리고 책이 함께 했던 경험은 정말 특별하게 남아 있습니다.

 

Q17. 올여름, 꼭 들고 가고 싶은 책과 장소가 있 다면요? 민음사 마케터로서가 아닌 한 명의 독 서자로서 듣고 싶어요.

올여름엔 다시 동해로 가고 싶어요. 몇 해 전 친구들과 다녀온 여행이 있었는데, 사람 많지 않은 한적한 해수욕장에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거든요.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다 가장 자리에 의자를 두고, 반쯤 물에 잠긴 채 일광욕 을 즐기던 사람들이었어요. 그 풍경이 잊히지 않더라고요. ‘다음에 다시 오면 꼭 나도 저렇게 해 봐야지’ 하고 다짐했죠.
무릎까지 바닷물에 담그고, 밀려오는 파도를 느끼며 책을 읽고, 멍도 좀 때리고 그저 책 한 권과 시원한 물결만 있으면 완벽한 여름 독서가 아닐까 싶어요. 다만 그 전에 바닷물에도 끄떡없는 튼튼한 의자부터 찾아야겠지만요.
물과 더 가까워질 계획이니, 책은 이번에도 역시 워터프루프북이 제격이겠죠. 매년 여름마다 시리즈로 나오는 책인데, 올해는 제목부터 더 과감해졌어요.『여름에 더 좋은 시』, 『여름에 더 좋은 소설』 그중에서도 박솔뫼의 단편소설 「원준이와 정목이 영릉에서」를 추천드려요. 치열하거나 오싹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원준이와 정목이가 계곡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풍경을 따라 가다 보면, 정말 산책하듯 읽을 수 있는, 여름날 의 오후 같은 이야기예요. 마음이 조금 느긋해지는 그런 독서를 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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