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Snow, santa,
and summer heat


writer : eric bitencourt
illustration by : hwakyung shin

독일의 슈퍼마켓 선반 첫 번째 열에 슈톨렌이 등장하면, 크리스마스가 바로 코 앞에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스페쿨라티우스(Spekulatius)*의 향기가 온 도시를 가득 채우는 것은 시간문제죠. 회색의 음침하고 매서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독일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반짝이는 불빛과 따뜻한 글뤼바인으로 아늑한 연말을 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12월 독일에 있게 된다면, 크리스마스 마켓의 작은 가게들이 제공하는 각종 음식과 따뜻한 음료, 수공예품들을 발견하는 재미에 빠지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거에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독일 사람들은 몇 주씩이나 가족의 선물을 고르는 데 시간을 쓰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요. 저는 운 좋게 몇 번 독일 가족 모임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마치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들을 실제로 겪는 것만 같았죠.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초를 켜고, 핫초콜릿을 마시며, 두터운 스웨터와 담요를 포근히 두른 채, 창밖 하얀 눈이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스르르 잠이 들던 하루. 저는 드디어 ‘고요한 밤’이라는 캐럴이 의미하는 바를 알 것 같았어요. ’드디어‘라고 말한 이유는 저의 고향은 사실 열대우림의 나라, 브라질이기 때문이에요.

브라질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캐럴에 나오는 ‘고요한’과 거리가 멀죠. 반대로, 브라질에선 가짜 눈송이가 뒤덮인 플라스틱 트리를 장식하고, 온 가족과 친구들,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까지 전부 초대해 자정 파티를 열어요. 거기엔 고기와 디저트, 열대 과일이 가득하죠. 자정이 되기 전에 음식을 만지기라도 하면, 브라질 할머니의 눈총을 마주할 수 있으니 꼭 주의해야 해요. 그리고 배가 불러오면 드디어 선물 교환의 시간이 와요. 혹시라도 집에 아이가 있다면, 불행히도 누군가는 산타 역할을 맡게 되는데, 섭씨 40도가 넘는 후덥지근한 날 두꺼운 산타복과 흰 수염으로 분장하는 걸 상상해 보세요. 대게는 성격 좋은 삼촌이 그 불행을 독차지하게 되죠.

저는 항상 궁금했어요. 왜 브라질 사람들은 계절에 맞지 않게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건지. 하지만 이보다 더 충격이었던 것은 한국의 크리스마스가 제가 겪었던 것들과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사실이었어요. 제 한국인 친구는 서울의 크리스마스는 젊은 남녀를 위한 것이래요. 마치 로맨틱한 밸런타인데이를 보내는 것처럼 남녀가 산타의 날을 보내는 모습은 저에겐 상상도 할 수 없었어요. 제가 가족들과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삼촌의 산타 놀이를 보는 동안, 한국의 사랑스러운 커플들은 아늑한 카페에서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니!

같은 날, 세 가지의 너무 다른 풍경들. 크리스마스는 분명 나라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아요. 이번 연말에 저는 서울에 없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한국식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볼까 해요. 하지만 슈톨렌 한 조각을 사서 자정에 할머니에게 전화하는 것은 잊지 않아야겠죠. 그게 바로 브라질 식이니까!

*스페쿨라티우스(Spekulatius) 아몬드와 시나몬, 스타 아니스와 같은 향신료를 곁들인 전통적인 독일의 크리스마스 쿠키

WRITER
에릭 비튼코트(Eric Bitencourt)는 YUN 베를린의 브랜드 매니저이자 독일 영화와 텔레비전의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자유를 찾아 베를린으로 온 그는 영감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움을 탐험하고, 우리 일상 속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열정을 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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